파운드리란? : 삼성전자와 TSMC 그리고 인텔

파운드리의 개념과 산업 현황 그리고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 그리고 인텔에 대해 정리하였습니다. 파운드리 산업에 투자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2024년 2월에 작성하였습니다.

1. 파운드리란?

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도면을 가지고 반도체를 제조하는 산업을 파운드리라고 부릅니다. 과거 파운드리 산업은 과도한 투자 금액 대비 많은 이익을 발생하지 못해 조명받지 못한 사업 중 하나였지만, 아날로그 제품들이 디지털화되고 반도체 수요가 많아지면서 오늘날에는 가장 유망한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파운드리-반도체를-만드는-모습

디지털 고도화

아날로그 제품들이 디지털화되어 가고 기존 디지털 기기들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과거 10년 전만 해도 무선 헤드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태블릿 PC를 이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모두가 디지털 제품 중 하나씩은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XR 디바이스를 시작으로 많은 아날로그 제품이 디지털화되어 가거나, 기존 디지털 디바이스가 더 고도화되어 갈 것입니다.

디지털 고도화를 이루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소프트웨어, 두 번째 저전력 고성능 반도체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일종의 공간입니다. 고도화된 디지털 제품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며, 기존 디지털 제품과 연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 소프트웨어를 잘 구성하고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선 저전력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그냥 반도체가 아니고, 저전력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 이유는 무선 환경과 복잡한 연산 작업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과거의 디바이스는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여 전력을 공급해 주는 방식이었으나, 오늘날의 디바이스는 리튬 이온 전지를 장착하여 전원 케이블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자주 충전을 해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하기 위해 저전력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과거의 소프트웨어 수준이었다면 오늘날의 5나노, 4나노, 3나노 반도체 수준이면 충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수준은 나날이 업그레이드되어 가고 있고, 이에 따라 반도체는 더 많은 연산 작업을 이행합니다. 이것이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조그마한 디바이스에도 넣을 수 있을 만큼 반도체 다이가 작고, 저전력임과 동시에 고성능인 반도체를 만들려면 뛰어난 제조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더 발전된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기 위해선 지금의 3나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반도체를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수준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며, 현재(2024년 2월경) 3나노 및 4나노 수준에서도 탈락 기업들이 수두룩합니다. 물론 이것에 도달하기까진 수많은 투자 비용을 감내해야 합니다. 단, 완주에 성공한다면 다른 기업이 침투할 수 없는 독점적 위치를 점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금광에서 곡괭이 장사

수많은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그에 준하는 하드웨어를 설계할 것입니다. 더욱 완벽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선 소프트웨어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패럴 기업들이 자사의 디자인을 잘 표현하기 위해 소재도 같이 연구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단, 과거 서부 개척 시대에 금광을 개발하던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지 않았듯 모든 기업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금광 근처에서 곡괭이를 판 기업들은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파운드리 투자 아이디어이자, 파운드리 산업이 유망한 이유입니다.

2. 삼성전자와 TSMC 그리고 인텔

파운드리 산업은 삼성전자와 TSMC가 높은 점유율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인텔이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단, 이는 다른 기업의 점유율과 기술력을 비교했을 뿐이지 절대적인 수치와 실질적인 수치를 체크해보면 1위는 TSMC이며, 독점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2022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의 40% 이상 내부 수주입니다.

신뢰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도 하고, 메모리도 하고, 비메모리 설계도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입니다. 반대로 TSMC는 파운드리만 하는 반도체 기업입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설계한 반도체를 맡긴다고 했을 때 어떤 기업에 맡기시겠습니까? 확연한 기술력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TSMC입니다. TSMC는 팹리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설계도 유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삼성전자는 팹리스도 하고 있기 때문에 보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파운드리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신뢰도도 중요한 사업입니다.

제조 공정

삼성전자와 TSMC는 최신 공정을 적용할 수 있는 최상단에 위치한 기업입니다. 공정 기술 자체에 대한 간극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퀄리티의 제조 공정을 하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퀄컴의 AP 반도체 수주입니다. 모바일 AP 팹리스 기업인 퀄컴은 오랜 기간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이용하였으나, 일부 물량은 TSMC로 변경하였습니다. TSMC로 변경하고 나서 성능에 차이가 없다면, 두 기업의 제조 공정 퀄리티는 동일하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반 세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되진 않습니다만, 의미 있는 성능 차이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그간 퀄컴의 모바일 AP 성능 문제는 삼성 파운드리에 있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더 나아가 퀄컴과 거의 동일한 미디어텍의 디멘시티(TSMC 공정)의 성능까지 비교한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제조 공정 퀄리티가 TSMC 대비 좋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인텔

새로운 CEO 팻 겔싱어는 IDM 2.0 전략을 통해 인텔을 다시 파운드리 최상단 기업으로 올려놓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 파운드리 산업에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했던 인텔은 연구 개발 투자를 게을리하면서 TSMC에 자리를 내어주고, PC 반도체마저도 AMD에 내주어 과거만큼 파급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과거 인텔의 무어의 법칙과 독과점에 가까웠던 종합 반도체 기술력을 다시금 떠올리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업임은 분명합니다.

인텔 역시 삼성전자와 같은 종합 반도체 기업입니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했던 신뢰도 문제는 인텔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더 나아가 현시점(2022년) 제조 공정 능력이 삼성전자와 TSMC 대비 떨어지기 때문에 독보적인 1위 점유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단, 지정학적 위치와 정부 주도 반도체 투자와 같이 외부 정세 변수에는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보다 강해 보입니다.

3. 갈 길이 먼 파운드리 산업

현 파운드리 산업 양상은 TSMC의 승리라고 생각하지만, 파운드리 산업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아직도 수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들이 출격 대기 중이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 개발과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따라서 무조건 ‘삼성전자가 이길 것이다.’, ‘TSMC가 이길 것이다.’, ‘인텔이 이길 것이다.’ 단정 지어 평가하기보단 산업을 지속해서 트래킹해 보시길 권장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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